
신한캐피탈이 폐업한 스타트업 창업자에게 과거 투자했던 금액을 반환하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이겼다. 투자금에 대한 창업자의 연대책임을 바탕으로 연 복리 15%를 적용해 총 12억원 이상을 내놓으라는 취지다. 그동안 단계적으로 사라져온 연대책임을 인정한 판결이라 벤처투자업계 주목을 받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달 16일 신한캐피탈이 프롭테크기업인 어반베이스의 하진우 대표를 상대로 제기한 주식인수대금 청구 소송에서 하 대표가 신한캐피탈 측에 12억5205만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4년 설립한 어반베이스는 실내 공간 정보를 3D로 변환해 개인 맞춤형 인테리어 시뮬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했던 프롭테크 기업이다. 2022년 레고랜드 사태가 터지면서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자 경영난에 빠지면서 2023년 법원에 회생을 신청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어반베이스가 2017년 신한캐피탈로부터 산환전환우선주(RCPS) 형태로 5억원을 투자받았던 것이 문제가 됐다. 이 계약에 ‘회사의 정상적인 사업 추진이 불가능해진 경우 투자자가 회사에 기한 전 투자금 상환 청구를 할 수 있다’, ‘회사는 투자자에게 투자원금 및 투자원금에 연 복리 15%를 가산한 금액을 위약금으로 지급해야 한다’, ‘대표이사 개인이 회사와 연대하여 책임을 부담한다’는 등 조항이 포함되었다.이 계약에 따라 신한캐피탈은 하 대표에게 투자원금 5억원에 연 복리 15%를 적용한 이자 7억원 이상을 합해 총 12억5205만원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1심 판결에 따라 신한캐피탈이 승소하면서 하 대표 개인이 상환 부담을 지게 됐다.벤처투자업계에서는 창업 실패에 대한 책임을 스타트업 대표 개인이 전부 짊어지도록 하는 이번 판결에 대해 충격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더불어 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부의 방침과도 역행하는 판결이라는 주장이다. 2018년부터 중소기업진흥공단·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 등 국책기관에서 스타트업에 투자·대출해줄 경우 창업자 연대 보증을 정책적으로 금지해왔고, 2023년 4월에는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이하 벤특법)에도 연대 책임을 금지하는 내용으로 법을 개정한 이력도 있어서다.
하지만 재판부는 “일반적으로 계약의 당사자가 해당 계약으로 인한 위험을 분산시키거나 채권 등의 회수를 담보하기 위해 실질적 이해관계가 있는 제3자에게 일정한 책임을 지우는 것이 우리 사회의 기본질서나 선량한 풍속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연 복리 15%로 산정된 매매대금이 많아 보일 수는 있지만, 하 대표가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이 사건 계약에 날인했으며, 신한캐피탈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조항을 강요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하 대표는 이번 판결에 대해 즉각 항소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본인이 직접 운영하는 페이스북 계정에 “그만두지 않겠다, 안 그래도 부족한 AI창업자들은 한국에서 창업하지 않을 것이고, 그렇다는 얘기는 대한민국 미래를 더욱 어둡게 만들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